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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

나는 왜 쉬어도 괜찮지 않았을까

by 우리가 사는 세상 2025. 4. 17.



쉴 수 있는 날인데도,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소파에 앉아 있는 몸은 분명 멈췄는데,
머릿속은 쉼을 허락하지 않았다.
"이래도 되나?"
"이 시간에 뭔가를 했어야 하지 않을까?"

그 질문은 어릴 때부터 내 안에 자라왔다.
부지런해야 사랑받는다는 믿음,
성과를 내야만 쓸모 있는 사람이라는 각인.
어쩌면 나는 오랫동안
‘존재’보다 ‘역할’로 살아온 것 같다.

쉬는 나를 보면 마음이 불편했다.
쓸모없어지는 기분.
세상에 뒤처진다는 공포.
괜히 SNS를 켜고,
누군가의 바쁜 일상을 보며 더 초라해지고.

그럴 때마다 나를 재촉했다.
"좀만 더 하자. 이건 해야지."
그렇게 나는 나를 한 번도 놓아준 적 없었다.

하지만 어느 날,
조용히 울컥하며 깨달았다.
나는 ‘쉴 줄 모르는 사람’이 아니라,
**'쉴 수 없게 길들여진 사람'**이었다는 걸.

쉬는 게 두려웠던 건
정말로 게으른 게 아니라
‘멈추면 사라질 것 같아서’였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나를
세상이 인정해주지 않을까 봐,
아니, 나조차 외면할까 봐.

이제야 알겠다.
내가 쉬지 못한 이유는
내가 나를 사람이 아닌 기계처럼 대해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이제 천천히 배워가는 중이다.
성취 없이도 나는 존재할 수 있다는 것.
쉬어도 나는 충분히 괜찮은 사람이라는 것.

쉴 때의 나도
살아가는 나라는 걸.